§ 강미의 문학서재 §/◎ 강미의 斷想

[病床短想 9.] 깽깽이풀에 대한 騷顧

변산바람꽃 2011. 7. 2. 19:04

 

 

 

 

깽깽이풀꽃은 기다림의 꽃이다. 보통은 뿌리로 심어져 3년이 지나야
2센티 밖에 안 되는 작은 보라빛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어찌나 앙징맞은지... 잎에 광택이 나 물이 떨어지면 잎에 묻지 않고
동그랗게 굴러 떨어지는 모습에서 마치 잎에 닿으면 모두 물진주를 만드는 듯하다.
중부이북 지역에서 얕으막한 산자락 반그늘에서 산행길에 만날 수 있는
깽깽이풀꽃을 보거든 쪼그리고 앉아서 아침 이슬을 어떻게 굴러트리나 보시라...
물진주를 보
는 날 당신에게 행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관상용으로 너무 남획되어서 야생동식물2급보호종이 되었다.
간혹 계룡산과 인천 계양산과 진주에서 군락지가 발견되어
보호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반갑다. 내가 한창 산을 찾아다니던 때는
야산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었던 친근한 우리 자생야생화였던
깽깽이풀 조차 이제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자취를 감출뻔 하지 않았는가...

어느날 우리가 보던 것들이 우리 눈 앞에서 사라지고 급기야는
우리 자신도 사라질 것을 생각해 보시라...
길 가에 어지럽게 돋아있는 잡풀도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나름대로는 어울려 살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주시라..

(2011. 7.2.am 11)

 

 

깽깽이풀꽃

 

                 - 강미 -

 

 

잠시

해질녘 노을에

내려왔는가

 

깽깽이풀이

바위 그늘에 누워

서늘한 바람에

잔물결로 흔들리고

 

어디선가

멈칫멈칫 안겨오는

연보랏빛 한숨소리

 

어스름

노을에 잠겨드는

개암나무 둥치에서

풀벌레들 기억의

한 끝을 찾아우는데

 

깽깽이풀

여린 몸짓으로

돌아눕는 빈자리에

 

그리움이

소롯이 내려앉는다.

(2008.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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