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강의 18.] 타자의 마음(Other Mind)” 또는 “다른 존재의 마음”에 대해 아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이번 강의 주제는 “타자의 마음(Other Mind)”--또는 “다른 존재의 마음”--에 대해 아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인식론적 물음과 관련하여 그 물음의 범위가 지니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인지하면서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을 구체적 사회 현실 속에서 찾아보도록 할 것을 요구한다.
이를 논제의 논술문쓰기로 요구받았을 때 텍스트를 세심하게 읽고 분석하는 능력, 근본적 물음에 대해 깊이 있는 사고를 하는 능력, 자기 생각을 구체적 사회 현실에 적용시켜 창의적이고 응용적인 사고를 하는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문제가 될 것이다. 장자의 이야기로 시작해 보자.
장자가 혜자와 함께 호수(濠水)의 징검돌 근처에서 노닐고 있었다. 장자가 말했다. “피라미가 한가롭게 헤엄치고 있소. 이게 물고기의 즐거움이오.” 혜자가 말했다. “당신이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가 즐겁다는 것을 안다는 말이오?” 장자가 말했다. “당신은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가 즐겁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는 말이오?” 혜자가 말했다. “나는 당신이 아니니까 물론 당신을 알지 못하오. 당신은 물고기가 아니니까 물고기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 확실하다는 말이오.” 장자가 말했다. “자, 처음으로 돌아가 봅시다. 당신은 ‘당신이 어떻게 물고기가 즐겁다는 것을 안다는 말이오?’라고 했지만, 그것은 이미 내가 안다는 것을 알고서 그렇게 물은 것이오. 나도 호수(濠水)가에서 물고기가 즐겁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오.”- <장자(莊子)> 추수(秋水)편에 나오는 우화이다. 선뜻 들으면 여러분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강의를 다 듣고 나면 장자의 이 우화가 의미하는 것이 오늘의 주제와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보통 다른 존재의 행동(언어적 행동까지 포함해서)을 관찰함으로써, 그 존재가 의식을 가지고 있고 생각을 하는 존재라는--즉 또 다른 마음을 가진 존재라는--판정을 내린다. 우리는 신체의 상해와 신음 소리에서 고통을 추론하고, 미소와 웃음에서 기쁨을 추론하며, 날아오는 눈덩이를 피하는 행동에서 지각이 있음을 추론한다. 그리고 환경을 복합적이고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을 보고 욕구와 의도와 믿음이 있음을 추론한다. 또한 우리는 위에서 언급한 행동들과 언어 발화로부터 그 존재의 의식적 지능을 추론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추론들이 어떻게 정당화 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되면,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특정한 유형의 행동으로부터 특정한 유형의 심리 상태를 추론한다는 것은, A라는 유형의 행동과 B라는 유형의 심리 상태 사이에 일반적인 연결 관계가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그런 심리/행동의 일반화는 “천둥소리가 들린다면, 근처 어딘가에서 번개가 친 것이다”와 같은 경험적 일반화와 동일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아마도 그런 일반화는 현상들 사이의 규칙적 연결 관계에 대한 과거 경험을 통해 정당 될 것이다. 그러나 심리/행동을 일반화하는 경우,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연결 관계의 한쪽, 즉 행동밖에는 없다. 그렇다면 그 일반화가 다른 존재들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다는 우리의 믿음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는가? 만약 어떤 존재가 일정한 심리 상태에 있다고 한다면, 그 존재의 심리 상태는 오직 자기 자신에 의해서만 직접적으로 관찰될 수 있다. 우리는 그의 심리 상태를 관찰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일반화에 필요한 경험적 증거를 모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런 심리/행동의 일반화를 믿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므로 다른 존재의 행동을 보고 그가 어떤 심리 상태에 있다고 추론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나는 나 자신을 제외한 어떠한 다른 존재에 대해서도 그 존재가 어떤 심리 상태에 있다는 믿음을 정당화시킬 수 없는 것이다. 더욱 더 복잡해져가는 현대 사회에서 다양한 계층, 지역, 문화권에 속하는 사람들 사이의 이해 부족이 사회의 조화로운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사회의 외연이 점점 확대되어가면서 우리가 예전에 “우리들” 속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타자들을 “우리들”의 울타리 안에 넣어 그들과 상호작용해야 할 상황들은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우리는 원하건 원하지 않건 그들을 또 다른 주체들로서 받아들여야 하게 되고 그들을 주체들로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확대된 “우리들” 사이의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 생물학적 차이들은 그러한 이해의 과업을 점점 더 어렵게 하고 있다. 더 나아가 그런 이해의 과업의 어려움은 서로 많은 차이가 있는 존재들 사이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예전부터 “우리들” 속에 포함시켰던 친밀하고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해의 과업에는 근본적인 어려움들이 따른다. 나는 나 자신의 마음속만을 들여다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나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그의 겉모습, 신체 구조, 얼굴 표정, 말, 행동 등을 관찰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그가 나처럼 느끼고 생각하는 주체라는 것을 알기 위해서조차도 나는 그의 겉모습과 행동 등으로부터 추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가지는 미묘한 감정들과 생각들을 알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겉모습이나 말이나 행동으로부터 그의 심리 상태를 추론하는 데에 있어서 스테레오타입이나 대략적 일반화가 아닌 보다 섬세한 고려들을 요구하게 된다. 즉 타자 이해의 과업의 어려움은 극히 일반적 수준에서 제기가 된다. 그리하여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의 마음을 알고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정확히 어떤 어려움들이 있는가를 성찰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그 어려움들을 극복하는 데 성공하건 그 어려움들을 완화시키건 또는 그 어려움들을 우리 삶의 근본 조건으로서 받아들이면서 살아가건 간에 현대 사회에 속한 우리들이 우리의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출발선이 된다. 위에서 말한 것을 통해 타자 이해의 어려움을 여러 각도와 층위에서 드러내어 주면서 그 어려움에 연관된 문제들이 우리 삶에 있어서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또한 얼마나 근본적인 수준에서, 나타날 수 있는가를 드러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이번 주제와 같은 글이 나온다면 타자 이해의 어려움들이 나타나는 방식들을 비교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한 주제를 통해 과연 그런 어려움들이 극복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그것을 사회적 현실 속의 구체적 사례를 통해 창의적이고 논리적으로 사고해 보게 할 것이다.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의 느낌과 생각을 과연 이해할 수 있는가?
(강미/변산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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