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미의 문학서재 §/◎ 논술 斷想

페이스북 '논술인이 되자'에 올린 短想

변산바람꽃 2011. 10. 11. 16:53

 

 

 


페이스북 '논술인이 되자'에 올린 短想

 

 

(답변 1.)

<조금 전에 어떤 페친께서 보내오신 메시지에 대한 답변의 글입니다. 페친님의 양해를 구하고 제가
한 답변을 여기 담에 올려봅니다. 이것이 현재 우리 입시논술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제가 한번도 '논술인이 되자'에
현재의 입시논술에 대해 적나라하게 말한 적이 없지 싶습니다.
이 답변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입시정책으로 탄생해서 괴물이 되어가고 있는 입시논술의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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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잠시 졸았다가 깨었네요.ㅎㅎ
네..혹 시간이 되시면 서강대나 외대 홈페이지에서 입학처로 들어가시면 수시 메뉴에 자료실이나
기출문제 메뉴가 있을 것입니다. 한 번 보시지요...서강대 논술에서 제시하는 제시문의 배경이 되는
필독서의 수준은 장난이
아닙니다.

소위 교과형지식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고등학교 정규과정을 착실하게 다닌 학생이라면 누구나
쓸 수
있다고 정의해놓고는 일반적인 학생이 생전 보지도 못한 필독서가 제시문으로 이용되고
있답니다. 그것이 통합형 논술이리고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 학생들이 현실에서 언제 제러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이나 '엔트로피'를 읽을 것이며,
레스터 서로우의 '부의 구축'을 읽을 것이며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을 읽을 것입니까...
심지어는 정치외교학의 3학년 정도가 되어서야 스터디그룹에서 자발적으로 토론하는 주제인 그것도
한 학생이 통채로 읽기에는 부담스러워서 쳅트를 나누어서 읽는 엘리아스 카네티의 '군중과 권력'이
나옵니다. 그 책은 논술강사들도 아마 끝까지 다 읽은 강사는 몇 없을 것입니다. 해설본을 읽고는
읽었다고 학생들에게 내용을 멋스럽게 강의합니다. 장담합니다...


그 뿐만이면 좋게요...일반 시사문제에 대해서 입시에 찌들어서 타의적으로 끌려다니는 우리 학생들이
언제 문제의식을 가지고 토론 한 번 학교에서 제대로 하나요?


이과계 학생들은 일년에 과학 실험실에 한 번도 갈까 말까하는데 실험도 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실험의
결과를 외우게 시켜서 학습화된 과학지식만 주입식으로 가르칩니다.
그 학생들이 연금술이 과학의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어찌 알 것이며 그 학생들이 뉴튼의
힘과 에너지, 역학적 에너지 보존법칙을 현실적으로 어찌 적용하는지 이해할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이 있다더라 정도만
살짝 훝고 지나는 과학교육 현실에서 중앙대나 건대 같은 대학의 심층면접에서는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양자역학의 실질적 이론을 이해해야만 대답할 수 있는 것을 추가질문으로 물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헉 했습니다. 그 다음해 부터는 양자역학에 대한 개요를 강의해 주어야 했습니다. 만약에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요...이렇게 학원인인 저는 학생들의 합격에 영향을 미치는 단 하나의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단단하게 무장시켜 주어야 합니다. 소위 대학에 뒷통수 당하지 않기 위해서요...


저는 이과계 논술을 중심으로 가르치고 인문계열에서는 서울대. 연,고대와 이대, 중앙대반만 가르칩니다.
이런 상위 대학 논술을 가르치려니 그 배경이 되는 지식들을 제 학생들에게 가능하면 이해라도 시키려고
제가 전달하는 지식 조차 주입식이 되지 않게 하려고 토론과 논의와 분석과 글쓰기를 병행하면서 그날
안 것은 그날의 지식으로 소화시키려고 노력합니다.

다행한 것이 있다면 어렸을 때부터 무차별적으로 해왔던 독서가 지금 논술강사로서 제게 무척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이지요...제 독서력이 뒷받침되고 글쟁이로서 살아 온 세월에서 분석되고 정리해 둔 자료들이
논술강사로서 남의 지식을 자기 것인냥 가르치지는 않게 하고 있답니다.


답변을 하다보니 또 가슴에 울화가 치미네요.ㅎㅎ 항상 이렇게 이런 교육공화국에 산다는 것으로 생기는
울화로 인해 홧병에 걸려있으면서도 학생들에게는 기성세대의 일부로서 답습된 지식을 나만은 가르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매일 드라마를 서너편은 다운해서 보고 잡다한 세상 소식까지
겻들어서 온갖 잡학을 매일 새벽까지 읽고 아침이 되어야 잠을 듭니다. 매일 매일 드러나는 세상사를
제가 먼저 걸러야 제 학생들에게 나누어 줄 조각 하나를 건지니까요...


자녀가 고1이라고 하셨지요? 그럼 또 한 번 입시제도가 달라질테니 아니 그 사이에 서너번은 입시정책을
놓고 이러쿵 저러쿵 흔들어 놓을테니 그에 휘둘리지 마세요. 그저 아이의 미래에 어차피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문제의식은 필요한 것이니까 지식이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갑자기 대뇌에 쌓이는 것이 아니니까 지금부터 조금씩 경험시키자 하는 목적으로 논술을 접하게 해 보셔요. 지금부터 내성이 생기면 3학년이 되어서 입시정책이 어찌 바뀌어도 아이는 적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입시정책이 이러한 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마 부모들은 논술은 그저 대학가기 전에 잠시만 하면 되는 줄 압니다. 그리고 고액을 주면 그만큼 잘 가르치려니 합니다. 대치동의 논술학원들이 장사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온라인 강의로 떼돈을 번 메가스터디 같은 곳이 여전히 팔리는 이유도 그에 있습니다. 비싸면 뭔가 다르겠지 하는 우리나라 기성세대의 물질관을 교묘하게 이용한 교육사업가들과 그로 인해 연관된 대학과 그 대학을 소유하거나 관계된 정치적 관계가 빚어놓은 것이 오늘날 입시정책입니다.

답변이 아니라 또 강의가 되었습니다. 하하...그나저나 도움은 되었나 모르겠습니다.
이 '논술인이 되자' 그룹에 올린 내용들은 실제로 제 제자들에게 강의했거나 강의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한치도 없이요...^^

 

(답변 2.)

제가 살면서 경계하는 한 가지...문제제기만 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기 위치에서의 적극적
참여는 부족한 우리 현실을 경계하는 것입니다. 이는 저 자신의 행위의 선택에 대한 경계이기도 하지요...
교육현실이 이러하니 건전한 공교육도 건강한 사교육도 양날개로서 작용시킬 수 있는 교육정책을 왜
못만들어 내느냐? 아니요...안 만들어 내고 있는 것입니다.


교육이 곧 자본으로 동일시 되고 있고 교육의 결과가 사회에서의 성공적인 출발과 직결되어 있는
서열화된 사회가 꼭 필요한 계층이 있거든요...자본의 매커니즘 속에서 교육만큼 자본을 충실하게
재창출해 줄 수 있는 공간도 없으니까요...


행복한 삶을 위한 교육이라...우리 체제부터 바꾸어야 그나마 책상머리에서 자본의 논리로 교육이
제단되는 일은 감소되겠지요...완전하게 평등한 교육의 기회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요원하지 싶다는
것이 제 생각이랍니다. 인류가 도구의 발달을 추구하면서 그로 인해 문명의 발달이라는 것이 가능
해지면서 생긴 것이 서열아닙니까? 이 서열의 상위에서 절대로 내려오려고 하지 않는 계층의 이기적
가치가 그 사회의 주류가 되는 한 교육은 그 매커니즘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도구적 역할을 떠날 수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 교육으로 먹고 사는 저의 불행이고 이것이 제 다음 세대가 답습할 불행이지만 저는
참 무기력 합니다. 이렇게 새벽을 서성이고 있지만 사실 저 혼자 아무리 건강한 사교육(공교육도
11년이나 했지만요...)을 한다고 해도 그 한계를 매년마다 느낍니다. 전 점점 주머니가 비어가야한
제 양심이 그나마 편안해지는 이런 기현상을 제 스스로에게 겪고 있으니까요...최소한 제 지식을
팔아서 서비스하여 살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부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는 이 사회의 이율배반적인
사고로는 저는 스스로에게 아웃사이더 밖에 안 됩니다.


변화를 이끌어 가기 위해 제게 필요한 동력은 이렇게 울분으로 떠드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만들기 위해
무언가 가장 직접적으로 관련된 행위를 하는 것이 필요하지요..그것이 힘들지만요...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제가 서 있는 것은 아닌가 요즘 고민하고 있답니다...무지요..

 

 

(답변 3.)

 

현재 경기도권만 해도 심화반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상위 10%내에 드는 학생들 중심으로 학교에서
논술을 개설하여 외부강사에게 수익자 부담으로 운영하고 있답니다. 즉 공교육에서 조차 공부가 상위에
들지 못하면 그나마 외부강사에게 돈을 주고 배우는 논술의 기회로 부터 소외당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니..사교육 시장이 그나마 필요하게 되고 이도 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스스로 인강을 보면서 혼자
준비해야 하지요...


 

(답변 4.)

 

그 '사교육 없는 학교'가 얼마나 형식적으로 운영되는지...실제 전 사교육 현장에 있지만 제가 실업자가
되어서 사과를 팔면서 하루의 노동으로 만족하며 살지라도 사교육이 우리나라 교육을 망치는 원인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사교육이 건강하게 유지된다면 그 역할이 교육현장에서 부정적
이지만은 않습니다. 다만 공교육이 지닌 교육으로서의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지요...
사교육 없는 학교로 지정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중 중,상위 학생들은 단 한 과목이라도 사교육현장에
나와서 과외를 하던지 학원교육을 재수강합니다. 이것이 현실이지요...물론 예외는 항상 있습니다만...
지금의 교육정책...입시정책 가지고는 건전한 공교육도 역할이 분명한 사교육도 모두 실패할 뿐이라는 것...
이것이 변해야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달라질텐데요...
조금 전에 본 인터넷판 뉴스 한 토막으로 이공계 학생들이 점점 힘들어 한다고 합니다. 미래의 불투명으로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실에서 실업자로 전락할 두려움 때문에요...

 

 

(답변 5.)

 

글로 풀어내고 보니까 머리가 깨지게 아프네요...
결국 이렇게 저같은 사람이 이 사회에서 가장 적응하지 못하고 변화의 중심도 못되고 그렇다고 너절하게
순응하지도 못하고 그냥 이렇게 홧병걸린 환자처럼 지식과 현실 사이에서 서성이다 자멸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웃고 떠들지만...술 마시고 노래하고 지식을 서비스하지만...
여전히 부산에서는 고공크레인 위에서 흔들리면서 살아내기 위해 300여일이 되도록 싸우는 여인 하나
땅으로 내려오게 못하는 이 나라에서 희망을 사실은 제가 먼저 잃어가고 있고..그 여인과 함께 있지도
않고 지켜만 보고 있으면서도 옳은 삶을 위한 선택의 순간에서 산화되지 못하고 살아남기 위해 바둥거리는
내가 불빛 아래 매달린 나방같은 존재처럼 위태롭기도 하고...

교육...평생을 그 현장에서 공교육, 사교육 번갈아 살아가고 있건만 희망이라는 미래를 또 기다리면서
내가 할 일은 뭘까를 찾아서 갈등하고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더 두려워만 지고...

실컨 웃고 마시고 떠들고 난 뒤에 오는 자괴감에 자유로워지고자 하지만 그도 힘들고...이러니 제가
글로 풀고 사는 것 외에서는 아웃사이더이지 싶네요...


대학 때 바라보았던 세상이나 그다지 달라지지도 않았는걸요...세상은 분명 조금씩 변했지만 더
곤고해진 것도 역시 존재하네요...달라지지 않는 가치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지만 그 가치의
반대편에서 희망을 좀 먹는 이 세대의 병도 깊어지는 것만은 사실이구요...

그나마 논술을 하면서 우리가 이루어야 할 세상을 학생들과 나누고 있지만... 그들이 기를 쓰고
대학가서 만날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안다는 것에서 오는 미안함도 여전하구요...

제가 나이를 거꾸로 드나 봅니다...서성임이 더 길어집니다...

 

 

(답변 6.)

 

위의 제 글이 너무 감정적이라 삭제하려다 이미 쏟아낸 말을 주어담으면 더 혼탁할 뿐이지 싶어서

그냥 두었네요...그래도 내일 강의할 때 다시 힘을 내겠지요...오늘 쏟아낸 말의 일부를 아이들과도

나눌 수 있다면 나눌 것이구요...

지금 위치에서 현재는 저에게나 제 학생들에게 최선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