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진 것 많아서 아름답다고 당신께서 그러신다면 - 강 미 - 산 속에서 살 때는 내 가진 것 너무 많은 듯 하여, 나뭇잎 하나 가벼이 들면 될 것 같아 한 꺼풀씩 가진 것 버렸더이다. 그러다 사람사는 마을로 내려와 살면서 그 마을에 어울리는 옷을 입으려 다시 이 색 저 색 한 꺼풀씩 걸쳐 왔더니 이제는 그 무게에 눌려 숨이 가프고, 늘 보던 하늘이 어느 순간 보이지 않게 되었더이다. 그저 잠시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마을에서 떠나지도 못하고, 결국은 어울리지도 못하는 내가 온갖 새들의 깃털로 폼만 내는 까마귀 같더이다. 이 사람 사는 마을에서 내 가진 것 많은 듯 해도 기실은 나는 가진 것 하나 없더이다. 매냥 빈 주먹으로 허공만 치고 있으니... 사는 날 내내 사랑 찾아 떠나온 것 같은 삶인데 기실은 순전한 사랑 한 조각 내게 없더이다. 매냥 불꽃같은 허상의 사랑일 뿐... 그래도 내 가진 것 많아서 아름답다고 당신께서 그러신다면, 아마도 아직 남아있는 내 옛 기억의 산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고자 하는 열망이 내 시간을 앞서 인도하기 때문이려니 합니다. 거기에서 아직 나를 기디리고 있는 내가 있기 때문이려니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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