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겨울
- 강 미(변산바람꽃) -
거의 종일 잠을 자고 일어났는 데 감기약으로 머리속이 서늘하게 비어버린 듯 머리 따로 아랫몸 따로 부유하고 있었다.
커다란 구멍으로 열려있는 空同感 서늘한 머리 쪽과 열로 채워진 가슴 쪽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 非現實感 빈한한 설날보내기도 4월의 총선도 삼백만원짜리 몽클레어 점퍼도 온틍 나를 점령해 버린 감기도 왜 보여지고 느껴지는 것들이 현실같지 않을까.
오랜동안 불확실한 시간 속에서 나를 지탱하게 해주던 삶의 작은 가치에 대한 사랑은 은폐와 不正으로 얼룩지고 마치 거대한 망각의 벽에 둘러쳐진 것 마냥 저항은 내 안에서 부터 날개를 접고 있는 것 같구나.
차라리 감기약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머리 따로 아랫몸 따로 노는 내 몸뚱이만 현실인 것 같은데 생명의 가치를 지키려는 저항과 不正에의 자유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겨울의 끝 어디쯤에서 방황하고 있는가.
쉽게 용서하고 아주 편리하게 잊어버리는 이 空同의 세상에서 작은 부딪침만으로도 깨어날 진실에의 갈망과 저항이 그립다.
거의 종일 잠을 자는 동안에도 겨울은 아직 문 밖에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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