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미의 문학서재 §/◎ 詩 서재

끝나지 않은 겨울 / 강 미

변산바람꽃 2012. 1. 24. 17:45

 

 

 

 

 

 

끝나지 않은 겨울

 

 

                              - 강 미(변산바람꽃) -

 

 

거의 종일 잠을 자고 일어났는 데

감기약으로 머리속이 서늘하게 비어버린 듯

머리 따로 아랫몸 따로 부유하고 있었다.

 

커다란 구멍으로 열려있는 空同感

서늘한 머리 쪽과 열로 채워진 가슴 쪽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 非現實感

빈한한 설날보내기도 4월의 총선도

삼백만원짜리 몽클레어 점퍼도

온틍 나를 점령해 버린 감기도

왜 보여지고 느껴지는 것들이 현실같지 않을까.

 

오랜동안 불확실한 시간 속에서

나를 지탱하게 해주던

삶의 작은 가치에 대한 사랑은

은폐와 不正으로 얼룩지고

마치 거대한 망각의 벽에 둘러쳐진 것 마냥

저항은 내 안에서 부터

날개를 접고 있는 것 같구나.

 

차라리 감기약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머리 따로 아랫몸 따로 노는

내 몸뚱이만 현실인 것 같은데

생명의 가치를 지키려는

저항과 不正에의 자유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겨울의 끝

어디쯤에서 방황하고 있는가.

 

쉽게 용서하고 아주 편리하게 잊어버리는

이 空同의 세상에서

작은 부딪침만으로도 깨어날

진실에의 갈망과 저항이 그립다.

 

거의 종일 잠을 자는 동안에도

겨울은 아직 문 밖에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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