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미의 문학서재 §/◎ 詩 서재

떠나기 위해 이별하지 않는다./ 강미

변산바람꽃 2012. 4. 27. 05:29


      
      떠나기 위해 이별하지 않는다.
                           - 강 미 -  
      비 개인 후 뒷산 산철쭉
      바람에 떨어지려고
      봄빛 열고
      마음 서리서리 붉어져서
      물들기를 기다리지 않았겠지.
      병동 앞 저 라일락나무
      여름도 오기 전에
      지난 밤 비에 
      향기 먼저 사라지려고
      그렇게 오래도록
      깊은 색을 만들지 않았겠지.
      피어나기 전에 
      질 것을 염려하는 꽃이 있던가
      땅 속 깊이 뿌리내리기 전에
      가지 마르는 나무가 있던가.
      그대도 나와 이별하기 위해
      먼저 사랑하였을까.
      둥지를 떠나 온
      새들이 왜
      저리 멀리 날아가는 것인지
      나비는 어째서
      봄바람에도 쉬지않고 날개짓하며
      저리 산철쭉에 앉아 있는 것인지. 
      미리 목숨 끊기 위해 
      붉게 피어나는 생명 없고
      새들 또한 이유없이
      어디론가 날아가는 것 아니니
      사랑도 저와 같아서
      아닌척 등 돌리며
      떠나기 위해 먼저 이별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