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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위해 이별하지 않는다.
- 강 미 -
비 개인 후 뒷산 산철쭉
바람에 떨어지려고
봄빛 열고
마음 서리서리 붉어져서
물들기를 기다리지 않았겠지.
병동 앞 저 라일락나무
여름도 오기 전에
지난 밤 비에
향기 먼저 사라지려고
그렇게 오래도록
깊은 색을 만들지 않았겠지.
피어나기 전에
질 것을 염려하는 꽃이 있던가
땅 속 깊이 뿌리내리기 전에
가지 마르는 나무가 있던가.
그대도 나와 이별하기 위해
먼저 사랑하였을까.
둥지를 떠나 온
새들이 왜
저리 멀리 날아가는 것인지
나비는 어째서
봄바람에도 쉬지않고 날개짓하며
저리 산철쭉에 앉아 있는 것인지.
미리 목숨 끊기 위해
붉게 피어나는 생명 없고
새들 또한 이유없이
어디론가 날아가는 것 아니니
사랑도 저와 같아서
아닌척 등 돌리며
떠나기 위해 먼저 이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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