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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落花) / 강미

변산바람꽃 2012. 7. 17. 08:39


낙화(落花) - 강미 - 도시의 화단에서 혹은 들녘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갇혀버린 세월이 상처로 도지고 깊게 패인 늑골 사이 鮮血의 기록만 낭자하다. 꽃핀다는 것이 왜 그렇게 두려웠던지 숨어서 향기조차 품지 않으려 했다. 넋 뺏길 두 눈을 차라리 뜨지 않으리라고 일찌감치 기억조차 버리려고 夭折을 택했을까 색색으로 그렇게 어여쁜 이름 한 번 불러주지 않아도 꽃은 그렇게 스르르 스러져가기를 바랐다. 나는 夭折하듯 꽃지는 것들을 보며 꽃잎 밟고 싶었던 것일까 나를 밟고 싶었던 것일까 그렇게 새벽마다 먼 길을 걸어가며 내 하루는 슬며시 꽃으로 졌다. (2012. 7.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