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落花)
- 강미 -
도시의 화단에서 혹은 들녘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갇혀버린 세월이
상처로 도지고
깊게 패인 늑골 사이
鮮血의 기록만 낭자하다.
꽃핀다는 것이 왜 그렇게 두려웠던지
숨어서 향기조차 품지 않으려 했다.
넋 뺏길 두 눈을
차라리 뜨지 않으리라고
일찌감치 기억조차 버리려고
夭折을 택했을까
색색으로 그렇게 어여쁜
이름 한 번 불러주지 않아도
꽃은 그렇게
스르르 스러져가기를 바랐다.
나는 夭折하듯 꽃지는 것들을 보며
꽃잎 밟고 싶었던 것일까
나를 밟고 싶었던 것일까
그렇게 새벽마다 먼 길을 걸어가며
내 하루는 슬며시 꽃으로 졌다.
(2012.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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