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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연작시 23. 수련 / 강미

변산바람꽃 2012. 7. 22. 09:58

    야생화연작시 23. 수련
    
                           - 강미 -
    수련이 푸른 몸을 열었다.
    그 모든 일은 
    새벽에서 밤까지
    단 하루 만에 일어났다.
    수련이 물처럼 흐르듯 몸을 열자
    대궁이 일어서고
    굵고 단단한 열매를 출산했다.
    비에 젖고 바람에 깎이고
    햇빛에 마르면서
    더 아름다워지는 것들
    핏덩이 같은 열매를 출산하고
    하룻밤 한 생으로 살아낸
    목숨 같은 세월이 그렇다.
    비로소 세월이 되면서
    수련은 뿌리를 아래로 
    더 깊이 아래로 내려
    물처럼 품고 살겠다고 했다.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수직으로 꿰뚫는
    물처럼 사랑하면서
    몸속에 흐르는 핏줄 같은
    물이 되고자 했다.
    오늘은 어디서 둑이 터졌는지
    물이 가슴을 때린다.
    머리를 친다.
    아, 수련이 몸을 여는 날에...
    (2012. 7.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