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연작시 30. 해국
-강미(변산바람꽃)-
늦가을 어느 날 누가 내 몸에 날개 하나 심어두었는가. 아니면 두 다리로 밟고 서 있는 단단한 땅에 너무 익숙해진 것은 아닐까. 큰 물 지나간 뒤에 발바닥부터 나를 밟고 올라오는 넝쿨을 놓고 저 투명한 육체의 바다에 잠긴다. 가을바다 그 서늘한 손길이 나를 감싼다. 나는 옷을 벗는다. 나는 파도치는 물의 몸을 밟는다. 내 몸을 점령했던 거만한 날개가 떨어지고 해풍 속에서 해국이 비늘처럼 돋아나더니 아가미로 숨을 쉬기 시작한다. 저 가을바다의 바닥까지 가 닿으니 물 먹어 풍성한 해국이 황홀하다. 아, 해국이 지천으로 울렁대며 올라온다. (2012. 10.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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