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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연작시 30. 해국 / 강미(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 2012. 10. 26. 03:46




야생화연작시 30. 해국

 

                       -강미(변산바람꽃)-


 

늦가을 어느 날 누가 내 몸에

날개 하나 심어두었는가.

아니면 두 다리로 밟고 서 있는

단단한 땅에 너무 익숙해진 것은 아닐까.

큰 물 지나간 뒤에 발바닥부터

나를 밟고 올라오는 넝쿨을 놓고

저 투명한 육체의 바다에 잠긴다.

가을바다 그 서늘한 손길이 나를 감싼다.

나는 옷을 벗는다.

나는 파도치는 물의 몸을 밟는다.

내 몸을 점령했던 거만한 날개가 떨어지고

해풍 속에서 해국이 비늘처럼 돋아나더니

아가미로 숨을 쉬기 시작한다.

저 가을바다의 바닥까지 가 닿으니

물 먹어 풍성한 해국이 황홀하다.

아, 해국이 지천으로 울렁대며 올라온다.


(2012.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