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종교를 제외한 인간의 이성과 철학에서 영혼의 윤회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우리가 저지르는 모든 실수의 만회 가능성은 근본적으로 없으며 그 되돌림의 불가능이 바로 운명이다.
만약 삶의 반복이 가능하고 인간이 전생을 기억할 수 있다면, 인간에게는 엄청난 책임과 부담이 지워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생은 비 반복적이기에 인간의 존재는 가벼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밀란 쿤데라가 그의 저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통해 '참을 수 없다'고 한 것은, 그보다 훨씬 이미 소포클레스의 작품 <오이디푸스 왕>에서 동의했듯이 인생의 유한성, 바로 그 '가벼움'을 의미하는 것이다.
離別
-강미(변산바람꽃)-
오늘, 안녕한가.
오늘도 목숨을 흐르는
달빛 하늘에 맡기고
하루의 다리를 건넜네.
옷깃 스치지도 않았건만
손에 묻은 인연의 수레바퀴 자국들
주검을 만진 것처럼
씻고 또 씻는다.
이승에서 손을 씻는 것은
탈을 쓰고 숨는 것 아닌가.
운명에 뒷덜미 잡히지 않게
도망가는 것 아닌가.
오고 가는 거리마다
점점이 늘어놓은
生의 흔적들
낡은 사진첩을 거꾸로 넘기듯
깨끗이 씻어 지운다.
굳은 약속도 하지 않았건만
올 때처럼
갈 때도 손 씻으면
이승의 뼈와 뼈 틈에 끼여
수장되고 말
인연의 검푸른 강물이 흐른다.
껍질 붉게 벗겨지도록
두 손바닥 문질러 씻으면
곁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도
아픔을 느낄 수 있어
언제라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그대, 아무에게도 손 내밀지 않는
오늘도 안녕한가.
(2014. 9. 22.정리)
'§ 강미의 문학서재 § > ◎ 강미의 斷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상의 눈물', 그리고 ‘뼈아픈 후회’ (0) | 2018.02.26 |
---|---|
[페북 斷想] 배우 유아인에게서 딸냄에게로... (0) | 2015.09.12 |
[페북 斷想] 오늘, 운수좋은 날? 그리고 저 꽃 (0) | 2015.06.28 |
[페북 斷想] '좋아요', 왜? (0) | 2015.06.13 |
페북 斷想 -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수많은 시지프들을 보다. (0) | 2015.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