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미의 문학서재 §/◎ 강미의 斷想

[페북 斷想] 離別, 가벼움에 대해

변산바람꽃 2015. 8. 9. 13:18

특정종교를 제외한 인간의 이성과 철학에서 영혼의 윤회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우리가 저지르는 모든 실수의 만회 가능성은 근본적으로 없으며 그 되돌림의 불가능이 바로 운명이다. 

만약 삶의 반복이 가능하고 인간이 전생을 기억할 수 있다면, 인간에게는 엄청난 책임과 부담이 지워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생은 비 반복적이기에 인간의 존재는 가벼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밀란 쿤데라가 그의 저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통해  '참을 수 없다'고 한 것은, 그보다 훨씬 이미 소포클레스의 작품 <오이디푸스 왕>에서 동의했듯이 인생의 유한성, 바로 그 '가벼움'을 의미하는 것이다. 




離別



                -강미(변산바람꽃)-



오늘, 안녕한가.

오늘도 목숨을 흐르는

달빛 하늘에 맡기고

하루의 다리를 건넜네.

옷깃 스치지도 않았건만

손에 묻은 인연의 수레바퀴 자국들

주검을 만진 것처럼

씻고 또 씻는다.

이승에서 손을 씻는 것은

탈을 쓰고 숨는 것 아닌가.

운명에 뒷덜미 잡히지 않게

도망가는 것 아닌가.

오고 가는 거리마다

점점이 늘어놓은

生의 흔적들

낡은 사진첩을 거꾸로 넘기듯

깨끗이 씻어 지운다.

굳은 약속도 하지 않았건만

올 때처럼

갈 때도 손 씻으면

이승의 뼈와 뼈 틈에 끼여

수장되고 말

인연의 검푸른 강물이 흐른다.

껍질 붉게 벗겨지도록

두 손바닥 문질러 씻으면

곁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도

아픔을 느낄 수 있어

언제라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그대, 아무에게도 손 내밀지 않는

오늘도 안녕한가.

 

(2014. 9. 22.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