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북 斷想] 오늘, 운수좋은 날? 그리고 저 꽃 -----------------------------------------------------------------
= 오늘 아침 풍경 어제, 이른 저녁에 강남역 근처에 있는 투썸이라는 디저트카페에서 득템한 장미꽃 이미지로 만들어진 요거트 케잌..이렇게 이쁜 케잌을 어떻게 먹나하고 저녁 늦게 선물처럼 내게 온 장미꽃 케잌을 들고 딸냄이 있는 오피스로 갔다. 왜 또 오는 거임!! 이라고 뭐라 잔소리 할 지모를 딸냄에게 미리 전화로 투썸에서 장미꽃 요거크 케잌이 생겼는데 너 생각나서 가져다 주려는데 갈까 말까 했더니 전화로 소리를 빽지른다. "아, 뭠미!! 그런 케잌이 있으면 당근 딸한테 줘야지 누구 줄건데! 투썸케잌은 케잌의 갑이리라는거 엄마는 모름!!" 하는 것 아닌가..ㅎㅎ 작전이 성공. 근데 케잌에도 갑이 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 참 별거에 다 갑과 을이 있구나...늦게 들어갔더니 딸내미가 잠들었길레 아침 8시에 딸냄이 케잌을 보자고 해서 냉장고에서 꺼내어 놓으니 평소에는 엄마가 손끝도 대지 못하게 하는 귀하신 몸으로 와락 껴안는다. 나의 딸님, 정말 좋아하더라. 엄마에게는 딱 한 조각을 접시에 직접 담아주고는(아마 이것도 정말 생소한 사건 같은 일이다. ㅎ) 남은 것은 자기가 아침마다 먹겠단다. 헐"" 다이어트 한다면서 말이다.ㅎㅎ 그렇게 우리 모녀는 주거니 받거니 케잌을 먹으면서 정말 정말 정말 백 만년만에 오붓하게 이른 아침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었다는 이야그... 아, 선혈처럼 붉은 무슨 가루를 뒤집어 쓴 장미꽃 케잌 덕분에 오늘 아침이 이리 기분 좋은 시작이었다면 이 케잌을 투썸에 자주 찜해두어야 하는 것 아닌가? 딸내미와 오붓한 아침 시간을 보내게 해 준 이 케잌을 선물로 주신 분..제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가 또 생겼습니다요.. 이런 아침의 출발...행복했으니까요...샤방샤방~
= 오늘 점심 풍경 친구 중에는 존경하는 친구도 있는 것. 사건도 많고, 구설도 많고, 탈도 많은 내 인생에도 존경하는 친구가 있으니 나름 사는 일에서 감사할 구석은 있지 싶다. 아침부터 행복해진 기분으로 마음의 묵어있는 찜찜함을 털어놓은 출구가 어디 없을까 하다 생각난 남자인 친구...전화했더니 어째 목소리가 영 심상찮다. 그래도... "친구. 오늘 점심 바쁘신가? 나, 수업 없는디 점심 먹자." "응. 그랴...뭐 먹고 싶은데.." "냉면..속이 시원해지게.." "그랴..만안구 아트센터 앞에 무슨 면옥 있는데 거기로 와" 그렇게 친구와 만난 아트센터 앞 가야면옥에서 태어나서 처음 옛 가야 땅, 가야 사람들과 무슨 인연이 있는 지는 모르지만 밀면이라는 것을 먹었다. 맛? 나름 고소하고 시원하고 부드러운 면발 덕분에 그리고 전 날 밤 장례식장 갔다왔다는 살짝 꿰제제하지만 사람좋게 웃고 있는 친구 덕분에 맛이 있었다. 역시 먹을 때는 기분좋은 사람과 먹어야 한다는 것은 진리. 그렇게 밀면을 다 먹고 그 건물 2층에 있는 카페에 올라갔다. 가끔 들리는 그 카페의 여주인장의 아름다운 얼굴이 아침부터 좋아진 기분을 더 업 시켜준다. 나는 이쁜 여자들을 만나면 덩달아 기분이 업되어진다. 나는 모든 이쁜 생물들이 다 좋다. ㅎㅎ 그렇게 이쁜 여주인장에게 당신이 추천하는 오늘의 커피를 마시겠다고 했더니 정말 깨끗한 흰 도자기 잔에 신맛보다 고소한 맛과 품위가 있는 향의 커피를 내오더라. 그런데 앞에 앉아있는 친구에게 마음 속 이야기를 꺼내 놓기도 전에 친구가 먼저 꺼낸 이야기들이 너무 기분 좋다. 그런 이야기를 내게 해 준 것이 좋았다랄까..아, 정말 무슨 사막에서 오아시스 만난 것처럼 논술과 학원 다음으로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일 이야기를 먼저 꺼내준 것이다. 그렇게 기분 좋은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착해진 나는 더 착해진 마음으로 홀라당 내 못된 버릇에 대한 고민을 꺼내 놓았다. 내 버릇을 싹 고치고 싶다고..사람좋은 내 남자인 친구는 다 듣고는 씨익 웃어주는 것 아닌가..고치긴 고쳐야 할 버릇인데 하면서 시작하는 이야기도 어쩜 그리 자박자박한 발걸음처럼 해주던지...이 친구는 왜 이렇게 사람이 좋은건가...이렇게 나쁜 이야기도 기분좋게 해 주는 친구를 매일매일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는 없을까?
= 그리고 오늘 오후 풍경 늦춰진 수업 시간 덕분에 생긴 공백에 아침부터 점심까지 급 기분좋은 시간을 보내는 나는, 어슬렁어슬렁 학원가 뒷길을 걸었다. 해마다 이 때쯤 땡볕 아래에서도 산책하게 만들어 주는 명자나무꽃들이 몸을 붉게 열고 있는 아파트 담벼락길에서 가다 멈추고 가다 멈추며 만져보고 들여다 본다. 어떻게 하면 하나님은 잎이 초라한 가지에 저리 송알송알 선명하게 붉은 꽃송이들이 돋아나게 할 계획을 하셨을까나...나는 정말 선명하게 붉은 명자나무꽃이 좋다. 한 세상 피고 질 것이라면 저렇게 살고 저렇게 이 세상 그만 하직하고 싶다고 자주 아주 자주 생각하기도 했을 만큼... 그렇게 학원가 뒷 길을 명자나무꽃에서 더해 진 기분 좋은 걸음으로 제일 끄트머리에 있는 Persora 라는 지인이 하는 갤러리 카페로 들어섰다. 얼마전 평촌아트홀로 근무지를 옮겼다는 경호형이 요즘에 내 단골인 여기에 자주 들린다는 정보를 입수했겠다 혹시 지금쯤 계시나 싶고 모처럼 여기에서 마시던 케냐AA도 생각나고...선배는 계시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서 사람좋은 형의 음성을 듣고는 케냐AA를 수제 쿠키와 함께 시켰다. 음..그래 역시 커피는 아름다운 사람이 만져 준 것을 마셔야 한다는 것을 점심 때 마신 커피에 이어 다시 확인...
오늘 오후까지의 내 하루처럼 매일매일이 이리 운수 좋은 날이기를 앞으로 기대하게 되어도 될까나...오늘 남은 하루에서 밤 시간은 또 어떤 시간이 되어서 오늘을 운수좋은 날로 마무리하게 할까? 음..어쩜 저녁 수업 시간에 아그들이 나 좋아하는 단팥빵을 사가지고 오기라도 하면 정말 오늘은 완벽한 하루가 될 지 모르는데...누가 내 아그들에게 귀뜸을 해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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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꽃, - 강 미(변산바람꽃) -
저 꽃, 구비구비 걸어가는 그 길이 글쎄 왜 이리 환한 것인지 그저 털썩 주저앉지 못하고 자꾸 돌아가자고 처음으로 돌아가서 눕고 싶다고 저 꽃, 붉은 이유는 떠나지 못하고 옆에 서 계신 당신 때문. (2012. 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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