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켜주지 못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를 다녀와서...
어제 오후 5시에 수업을 끝내고 오후 6시 30여분 경에 따라가겠다는 딸내미를 데리고 지인들과 함께 경남 김해시 진영군 봉하 마을...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 마을 빈소를 찾았습니다. 가는 길에 차의 엔진에 이상이 생겨서 예정시간 보다 1시간 30분이나 늦게 도착했을 때는 미리 와서 만나기로 했던 옛 동지들은 이미 조문을 마치고 갔거나 일부는 남아서 조문객들 을 위한 천막 안에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애꿎은 담배만 태우고 있었습니다.
봉하 마을 입구 삼거리부터 교통이 통제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 일행은 차를 세워두고 빈소 가 차려진 마을회관까지 걸어가야 했습니다. 이미 자정을 지나 새벽 1시가 다 된 시간...마을로 들어가는 양쪽 시냇물과 논에서는 맹꽁 이가 어둠 속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마을회관까지 가는 1킬로의 길....어둠이 무겁게 내려앉은 그 길은 등불 하나 밝혀주지 않 아서 칠흑 같았지요. 그 흔한 공사현장에 내거는 전등조차 없이 한 나라의 국가원수였던 이의 외로운 죽음을 찾아가는 길은 마을 입구부터 암울했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래도 전직 대통령인데...그나마 가장 서민에 가까운 대통령이었음을 누구도 이후 역사도 부인할 수 없을텐데...5. 18 때 광주시민을 2천여 명이 나 희생시키고도 전직 대통령으로 예우 받고 있는 이들은 여전히 호사하고 있는데... 어찌 100퍼센트 완전무결하지 않았다고 이리 죽음을 선택한 길 마저 소홀하게 하는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어제 밤의 그 어두운 마을길이 떠올라서 가슴이 눈물로 채워집 니다. 누군가 다리 난간에 혹은 길 양쪽 바닥에 밝혀놓은 촛불이 그나마 위안이었습니다.
마을에 들어서서 장례지원팀에서 준비해 놓은 분향소와 노사모회관에 마련한 임시 분향소 주변에는 분향을 위해 먼 길을 찾아 온 시민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노사모 회관 옆의 대형 스크린에서 전 대통령으로서의 노무현의 모습과 고향 봉하 마을에서의 자연인 노무현 그리고 최근 비리 연루설로 연신 검찰과 언론에 핑퐁게임을 당하듯 겪어야 했던 인간 노무 현의 모습이 반복 상영되고 있었습니다. (감히 고인을 이름만으로 호칭한 것을 용서하시라...)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절망감으로 스크린 속의 외로운 선택으로 끝내 죽음을 찾아 스스로 떠나신 님을 바라보아야 했습니다.
분향을 기다리면서 마을에서 만나기로 한 목포에서 올라왔을 옛 동지들을 찾으러 다니는 동안 분향소 앞 광장은 분위기가 느닺없이 험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스크린 옆에 있던 KBS와 MBC 방송사의 중계차량을 향한 조문객들의 분노가 항의로 나타난 것입니다. 언론의 여과 없는 편파보도로 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겪어야 했을 상실감은 결국 그 분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이라는 것에 분노한 조문객들이 양대 방송사 중계차량을 향해 터진 것입니다. 한때 물병이 던져지고 의자가 던져지는 상황까지 갔으나 '떠나라' '차빼라' 라는 구호로 진 정되면서 결국 한 시간여 만에 방송국 중계차량이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 정도로 빈소의 분위기는 비장했으며 분노로 술렁거리고 있었습니다. 또한 빈소가 마련된 마을회관 앞 광장 복판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명박 현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짓밟혀서 뒹굴고 있는 것에서 최소한 그 자리에서의 민심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사회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고 그 견해들은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무시되거나 비판 되어서는 분명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해방이후 긴 세월 기득권으로 유지되고자 했던 특정한 힘은 분명 우리 사회가 그러한 다양한 성분을 키우고 발전으로 꽃을 피우게 하기에 는 한계가 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오늘 새벽에...봉화마을에서 난 결코 우리 사회가 화해를 위한 사회적 노력을 함에 있어서 기득권 세력의 힘을 덜어내려는 자기반성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해야 했습니다. 희망을 가지기 어렵다는 절망감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찌 허물이 없겠습니까...그 분이라고 어찌 완전한 인간이었겠습니까...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의 그는 최소한 국민의 중심에서 있었으 며 대통령으로서도 국민의 중심을 지키려고 나름 고뇌하고 분노하고 노력했다는 것을 이해 할 수 없는 걸까요...처음 대통령이 되는 순간부터 나무 위에 올라간 원숭이를 나무를 끊임 없이 흔들어서 떨어뜨리려는 것처럼 흔들어대지 않았던가요...이러한 기득권 세력의 흔들림 에 자유로운 인식을 가진 국가 원수 아니 인간이 몇이나 있을까요...최소한 우리 국가의 대표성을 지닌 대통령으로서 임무와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배려했어야 하는 것 아니었는 지...
나와 다른 견해에 인색하고 자신의 자리를 보신하기 위해서는 야합과 음모를 서슴치 않는 미숙한 정치문화가 낳은 비민주적 권력을 해체하고 변화시키려는 대통령 노무현의 노력은 그렇게 고향의 산자락에 스스로를 산화시켜야 하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봉화마을에는 그런 전직 대통령의 절망감으로 암울했습니다. 데리고 간 어린 딸이 마을 귀퉁이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걸개그림 앞에 촛불을 세워두 고 기도하자고 해서 딸 옆에 서서 눈을 감고 있는데 그저 먹먹한 가슴으로 울어야 했습니 다. 기도가 되어 나오지 않는 마음으로 그저 가신님의 그림만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이제 희망을 바라보기가 무서웠습니다. 다시 자기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야 한다지만 그 삶의 푯대를 찾기가 두려웠습니다.
딸과 함께 분향을 마치고 옛 동지들과 헤어져서 어둠 속에서 술렁거리는 마을 어귀로 나왔습니다. 분향이 이어지는 동안...쉽게 정치적 동지들을 떠나가는 철새 정치인들이 쫒겨나는 마을... 진실을 밝히기를 두려워하는 언론인과 언론사가 쫒겨나는 마을... 권력의 힘으로 국민의 다양성과 변화를 짓밟는 기득권층이 보낸 조화를 거부하는 마을... 새벽어둠 뒤로 절망과 함께 떠나 온 그 마을... 노무현...우리의 전 대통령이었던 이의 생가가 있는 마을을 그렇게 돌아서 나왔습니다. 마치 헤어날 수 없는 길을 걷는 것 마냥 돌아서 나왔습니다. 어린 딸의 손을 놓치지 않으려고 꼭 잡고...
이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혼이 평화로울 수 있기만을 기원할 뿐입니다. 노무현...우리가 지켜주지 못한 우리 국가의 전 대통령... 이제 그만 그 갈등과 희망 사이의 끈을 놓으시고 영면하시길...
변산바람꽃 (강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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