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미의 문학서재 §/◎ 강미의 斷想

[우울한 날의 短想] 다시, 병명도 없는 병이 깊이 들었을까...

변산바람꽃 2012. 7. 13. 03:47






[우울한 날의 短想] 다시, 병명도 없는 병이 깊이 들었을까...

 

 

 

 


벌써 2012년도 절반을 넘어서 7월하고도 12일째이다. 작년, 이 즈음은 교통사고로 죽음이 턱 밑에 치받혀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그때 안양샘병원에서 페북 담벼락에 썼던 글 중에 ‘병명도 없는 병이 깊이 들었습니다.’를 지금 다시 읽어보면서 그 일 년 전 죽음에 대한 확실한 체감이 공포일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했던 기억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사실 올해 여름의 시작을 원하지 않는 학원의 위기에서 가진 조건을 정리하며 충격을 최소화하고 합리적인 운영을 하기 위한 몸통 줄이기에 전념했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학원 강의 외에 운영을 그만 두었을 때를 대비한 스토리텔러 양성 교육과정을 강의하기 위한 시도도 병행하면서 그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그런데도...늘 뒤가 편치 않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 누군가를 힘들게 하는 일도 생겼고...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 생긴 갈등도 있었고...누군가를 잃지 않으려다 오히려 누군가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올 봄과 여름 사이에 일과 사람과의 관계에 얻은 것 보다 상실한 것이 더 많았다면 내 선택에 순간순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리라...잃어가는 것이 늘어간다는 것이 점점 의식의 자유로움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원래 조마조마하게 붙잡고 있던 심장과 별개로 교통사고의 후유증은 숲에 숨어있다 불쑥 칼을 들이미는 산적처럼 내 일상을 위협하여 균형을 깨트려 버린다.


때로는 詩를 쓰는 것으로...때로는 재즈를 듣는 것으로...때로는 페북에서의 농담에 흔들려 보는 것으로 현실적으로 불편한 속내를 잊으려고 하지만 그에 이런 우울한 날 하루내내 나를 불러내어 괴롭히는 상념에서 벗어나지도 못한다.


사교육으로 먹고 산다는 것으로 불편하지 않으려는 불손한 의도에서 참여했던 지역사회의 일들로 부터 벗어나 있는 현재가 스스로 눈치보이고, 여전히 빼앗김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강정마을이 마음에 밟히건만 멀뚱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자신에 대해 불편하고, 이제 그들만의 잔치가 되어버린 것처럼 당내 경선이 대중의 관심을 벗어나 있는 진보당에서의 내 정체성도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여전히 강사들 급여주기에 급급한 내 현실에도 자유롭지 못하니 불편하다.


내가 살면서 갚아야 할 것들이 관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도 있는데 실천적으로 행위 하지 못하는 현재의 내 나약함에도 불편하다. 모든 것이 불편하다. 이 땅, 이 나라, 이 사람들로부터 내가 잃어가는 것들을 주섬주섬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 마다 불편하다. 살아갈수록 용기는 줄어드는 내 의지의 빈약함이 불편하다. 하루하루 살아감에 점점 급급해 가는 내가 내려다 보이는 것이 왜 이리 불편할까...


오늘 하루 종일 앓으면서도 그 앓는다는 우울함 속에서도 내일 할 강의내용으로 정한  '자본의 축적과정과 잉여가치에 관하여' 는 매 해 마다 강의하는 주제건만 스스로에 대한 불편함에 치여서 내용을 새롭게 구성하지 못하고 애꾿게 키보드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새벽 4시로 가는 어둠 속에서 천둥소리에 섞여 비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방 안은 칙칙하고 눅눅한데 귀로 들리는 바깥 소리는 시원하게 들려서 이 새벽 밖으로 나가고 싶은 유혹에 마음이 갑자기 분주해진다. 자본과 잉여가치에 대해 빗속에서 우산을 받쳐들고 정리하고 들어올 것인가...그럴까...그러면 머리 속이 맑아지고 이 불편하게 죄어오는 현실과 세상 사이에서의 갈등을 잠시 놓을 수 있을까...잠시나마 병명도 모를 이 병으로 인한 우울함을 잠시 비에 씻겨 보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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