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일스의 blue 혹은 어떤 우울한 여름 ~~ 거의 간신히 몸을 일으키는 엄마의 부실함으로 오늘도 딸 아이를 지각시켰지요...
가까운 딸의 학교 운동장에서 방학을 위한 월요일 조회를 하는 지 신나는 음악과 재잘대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열어놓은 베란다 창을 넘어 들어오네요. 머리를 말리며 내다본 창문 밖으로 하늘과 거리는 가깝기만 하네요... 턴테이블 테크닉스 위에 짐 홀의 기타 연주를 올렸습니다... 청소기로 눈에 밟히지도 않는 먼지를 빨아들이고, 오래도록 내버려두어 말라버린 걸레를 빨아 바닥을 닦고, 산처럼 쌓인 빨래를 세탁기로 돌려놓고, 늦은 아침을 먹으려고 미역국을 데우려고 가스렌지에 불을 켭니다. 그리고 잠시 거실 바닥에 팔을 베고 누워 눈을 감습니다. 그동안 난 외로웠던 걸까요... 그 동안 내게 무슨 일이 생긴걸까요... 나도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난 누군가에게든 쓸 말이 없어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지요. 내가 뭘 쓸 수 있을까, 하고... 날마다 무엇을 써야할지 생각해야 했지요.
자꾸 나는 시간을 뒤돌아 보며 잡아당기려는 나를 보게 됩니다. 싫습니다. 시간과 전혀 무관할 수 없이 시간 속에서 어떤 색을 찾는 내가 지겨워집니다. 그래서 우울해집니다. 오늘도 음악을 들으며 그런 우울함에 공연히 푸른 하늘을 원망합니다. 미일스의 날카로운 트럼펫 소리가 들립니다. 어느새 내가 음반을 바꿨나 본데... 마일스의 트럼펫으로도 일상의 무의미함이 깨어나지 않는 것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나의 하루, 나의 일상, 무감동하고 무감각한 나의 하루 탓일까요... 난 이제 더 이상은 외롭다고 중얼거릴 나이가 아닌데 자꾸 뒷덜미가 서늘해집니다.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을 압니다. 나는 또 얼마나 나이를 먹어야 하는지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맥주의 시원함으로 내 우울한 여름을 떠나보내고 싶습니다. 기억에 없다면 캐논볼 애덜리와 존 콜트레인, 그리고 빌 에반스가 함께한 이 음반을 여러분은 기억해 두어야 합니다. 소중히 자리잡고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더 이상은 이 음반에 대해 얘기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께서 직접 몸으로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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