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短想 3.- 행복에 대해서...
어제 고2학생들과 수업에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자신의 삶의 관점에서 글을 800자로 써보라고 했습니다.
물론 비교할 수 있는 제시문을 주었구요... 오늘 아침에는 잠시 무엇을 위해서 카다피는 저리 처참한 죽음의 순간까지 가진 것을 놓지 못하다 갔을까... 자신이 가진 권력이 어디에서 왔는가를 망각한 그의 일생은 언제 암살당할 지 모를 불안감으로 거처를 요새처럼 만들어서 옮겨다니며 살아야 했다는데...그도 자식이 있고 아내가 있건만 그의 가진 것을 놓치 않으려는 발악으로 그 가족은 또 얼마나 불안한 삶이었겠는가...그 영원할 것 같은 권력도 사람으로 부터 외면당하면 자기 뿐만 아니라 자기의 조국의 운명까지 이익에 눈 먼 서구 강대국이라는 이리떼의 한낱 먹이감으로 던져지건만...그는 그렇게 최고의 권력 위에서 행복했겠는가...그러면서도... <이번 리비아의 카다피의 처참한 죽음을 보면서...과연 우리가 선진 문명이라고 하는 것들이 보이는 이 파괴적이고 모략적인 결과는 무엇인가... 문명의 선진국과 문화의 새로운 사고와의 만남이 서구중심이라는 논리에 대한 회의를 다시금 하게 되었네요... 계절이지요...그 계절은 그 계절에 어울리는 모습들이 우리를 감동시키지요...요즘 퇴근하면서 둘레둘레 걸었다 오는 안양천변의 밤은 작은 풀벌레와 물흐르는 소리와 사각사각 다가오듯이 흔들리는 억새들의 소곤거림까지 아름답지 아니한 것이 없습니다. 나라로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내 고향의 논두렁이 그립고 내 고향 같은 어디의 새털구름에 마음이 실리고... 살다보니 정들은 안양천변의 개망초 한 포기에 가슴이 여울집니다. 살다보니 그리 엄청나게 성공하길 바란 적도 없지 싶습니다. 지금 내 곁에 나와 함께 숨쉬는 우리 땅의 다양한 모습들이 더 애잔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자각이 요즘 늘어갑니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인지 아니면 먼 곳이 있는 것 보다 가까이 있는 것들의 가치에 마음이 움직일 만큼 상실감이 큰 세월을 살아와서인지...그냥 두었으면 합니다. 리비아도 리비아인들에게 팔레스타인도 그 땅에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살아왔던 자리를 빼앗는 빼앗김이 이제 이 세상에서 그만 벌어졌으면 합니다. 이제 빼앗기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살고 싶구나 합니다. 할 수 있을 지 모르나 지금 현재 살아내고 있는 자리에서 그렇게 자분자분 걷듯이 지킬 가치들을 더 이상 잃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늘 같은 내일이었으면 참 좋겠구나 하면서요...이러면 행복한 것 아닌가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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