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미의 문학서재 §/◎ 강미의 斷想

가을 短想 3.- 행복에 대해서...

변산바람꽃 2011. 10. 24. 08:46

 

 

 

 

 

가을 短想 3.- 행복에 대해서...

 

어제 고2학생들과 수업에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자신의 삶의 관점에서 글을 800자로 써보라고 했습니다.

 물론 비교할 수 있는 제시문을 주었구요...

페북에서 운영하는 그룹에 조기유학과 관련해서 페친님이 올리신 조기유학의 장점에 댓구했던 내용을 곁들여

오늘 아침에는 잠시 무엇을 위해서 카다피는 저리 처참한 죽음의 순간까지 가진 것을 놓지 못하다 갔을까...

자신이 가진 권력이 어디에서 왔는가를 망각한 그의 일생은 언제 암살당할 지 모를 불안감으로 거처를 요새처럼

만들어서 옮겨다니며 살아야 했다는데...그도 자식이 있고 아내가 있건만 그의 가진 것을 놓치 않으려는 발악으로

그 가족은 또 얼마나 불안한 삶이었겠는가...그 영원할 것 같은 권력도 사람으로 부터 외면당하면 자기 뿐만

아니라 자기의 조국의 운명까지 이익에 눈먼 서구 강대국이라는 이리떼의 한낱 먹이감으로 던져지건만...

그는 그렇게 최고의 권력 위에서 행복했겠는가...그러면서도...

<이번 리비아의 카다피의 처참한 죽음을 보면서...과연 우리가 선진 문명이라고 하는 것들이 보이는

이 파괴적이고 모략적인 결과는 무엇인가... 문명의 선진국과 문화의 새로운 사고와의 만남이 서구중심이라는

논리에 대한 회의를 다시금 하게 되었네요...

살면서 점점 더 확연해 지는 것은 이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삐앗김으로 인한 갈등과 적대감은 세계화라는 명목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문화선진국이라는 정의는 개별적인 문화의 특성이 보호되지 않는다면 저항해야 할 문화가 되지요. 그렇기 때문에 패권적인 영어문화권에서의 강대국 중심 문화로 인해 이기적 목적이 힘의 논리로 작용되어 강요되는 것을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리비아의 독재자는 돌에 맞아 죽어도 리비아 국민의 몫이고 선택이어야 하듯이... 문화도 역시 마찬가지로 유학을 통해 배우든 미디어를 통해 익히든 선진문화라는 것에서 얻게 되는 도전을 최상의 가치로 알기 보다는 그리 배운 것을 갈무리 하여 자국 문화의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 활용되어져야 할 것입니다. 즉 문화 우위에서의 선진문화에 대한 의존으로 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것이지요...배울 것이 아니라 보다 더 명확하게 구별해야 하는 인식이 우선이라는 것이지요...>

가을이 깊어갑니다. 작은 바람 한 줄기에도 맞서지 않고 함께 섞여 흔들리는 억새의 모습이 아름답게 다가오는

계절이지요...그 계절은 그 계절에 어울리는 모습들이 우리를 감동시키지요...요즘 퇴근하면서 둘레둘레 걸었다

오는 안양천변의 밤은 작은 풀벌레와 물흐르는 소리와 사각사각 다가오듯이 흔들리는 억새들의 소곤거림까지

아름답지 아니한 것이 없습니다.

이렇게 살면서 사람보다는 오히려 작은 풀 한 포기에 감동할 때가 늘어갑니다. 이제 어디 우리보다 더 선진화된

나라로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내 고향의 논두렁이 그립고 내 고향 같은 어디의 새털구름에 마음이 실리고...

살다보니 정들은 안양천변의 개망초 한 포기에 가슴이 여울집니다. 살다보니 그리 엄청나게 성공하길 바란 적도

없지 싶습니다. 지금 내 곁에 나와 함께 숨쉬는 우리 땅의 다양한 모습들이 더 애잔하고 사랑스럽습니다.

무엇을 더 많이 가지기 위해 발악하듯이 제 남은 삶을 강팍하게 정글의 먹이감처럼 팽개치면 안 되겠구나 하는

자각이 요즘 늘어갑니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인지 아니면 먼 곳이 있는 것 보다 가까이 있는 것들의 가치에

마음이 움직일 만큼 상실감이 큰 세월을 살아와서인지...그냥 두었으면 합니다. 리비아도 리비아인들에게

팔레스타인도 그 땅에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살아왔던 자리를 빼앗는 빼앗김이 이제 이 세상에서 그만

벌어졌으면 합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제까지의 삶은 더 가지기 위해서 살아왔다면 앞으로의 삶이 얼마나 더 남았던지

이제 빼앗기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살고 싶구나 합니다. 할 수 있을 지 모르나 지금 현재 살아내고 있는

자리에서 그렇게 자분자분 걷듯이 지킬 가치들을 더 이상 잃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학교가는 딸내미를 베란다 창을 통해 배웅하면서 눈 앞에 펼쳐진 안양천변의 고즈넉한 아침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늘 같은 내일이었으면 참 좋겠구나 하면서요...이러면 행복한 것 아닌가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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